Artist Note
250 x 200 cm (h x w)

작가노트

작가노트 (더 면저, 더 오래_ 차이와 반복에 대한 단상/ 심명희)

관성처럼 흐르는 시간의 강물을 따라 가다 문득 멈추어 서서 시간의 문을 열고 뒤돌아본다. 그동안 무엇을 위하여 무엇을 하며 어떻게 살아왔던 것일까. 평이한 삶의 리듬에 안주하여 미래에 대한 막연한 믿음과 환상 속에서 살았던 것은 아닌가하는 아쉬움과 일말의 후회를 느끼며 다시 용기를 내어본다. '한 겨울이 되어서야 나는 내 안에 사라지지 않는 여름이 있다는 것을 마침내 깨달았다.'는 알베르 까뮈의 고백처럼 내 안의 푸른 그 무엇이 나를 다시 일으켜 준다.

나는 사진을 매체로 작업한다. 우려내어 마신 후 버려지는 찻잎이 내 작업의 소재다. 그것들은 내 작업에서 하얀 이미지로 표현된다. 뜨거운 불과 물의 세례를 거치고 맛있는 차로서 소명을 다한 후 버려지는 찻잎은 나에게 해탈과 영원한 생명. 자유의 의미로 다가온다. 같아 보이나 결코 같지 않은 이미지의 무한 반복, 오랫동안 축적된 기억들을 소환하는 의식을 통해 새로 태어나는 자아를 상상해본다. 특히 이번 전시에서 흑백의 단순 간결한 이미지와 겹겹의 레이어 사이에 숨은 의미층을 결합하여 나 자신과 동시대인들에게 회복과 치유의 메세지를 함께 나누고 싶다.

같아 보이지만 결코 같지 않은 무수한 이미지의 반복과 겹겹이 쌓인 레이어 안에는 나의 못다 피운 열정과 욕망, 소소한 기쁨, 얼마쯤의 후회와 회한, 사람과 시절에 대한 안타까움, 작품에 대한 뼈아픈 고민 그리고 흐릿한 투병의 시간과 기억들이 녹아있다. 그것들을 하나씩 꺼내어 들여다보고 미지의 공간으로 다시 흘려보낸다. 무수히 반복되는 이러한 과정은 나에게 심리적인 자유로움과 해방을 허용한다. 일종의 셀프 부채 탕감이라고나 할까. 그것은 녹슨 나를 위해 불어주는 휘파람과도 같은 것. 신선한 바람결에 한결 가벼워진 어깨로 천천히 걸어가는 나를 상상해본다.

Exhibited b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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